하산 무스타파(Hassan Moustafa·37)가 결혼하기 한 달 전, 이집트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하산은 이집트 북부 다칼리야 주, 만수라에 살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페인트 자재를 유통하고 판매하며 안정적인 생계를 꾸렸다. 그곳에서 생화학자로 일하던 아내를 만났다.
아내와 결혼을 약속할 무렵인 2013년, 군부 세력이 당시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끌어내렸다. 쿠데타였다. 시민들이 쿠데타에 반대하자 경찰과 군인은 무력을 사용했다. 하산과 아내도 거리로 나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고 항의했다.
군부에 밀려난 무르시 대통령은 이집트 내 민주 정당인 자유정의당 소속이다. 자유정의당의 모태는 이집트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펼쳐온 정치세력 ‘무슬림 형제단’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30년간 지속되던 군사독재가 끝난 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었다. 2년간 불었던 짧은 민주화 바람은 2013년 7월, 다시 군부에 짓밟혔다. 무르시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하던 시위대 가운데 사망자가 천 명을 넘어섰다.
자유정의당의 지방 지회에서 활동했던 하산도 2014년 7월 체포됐다. 쿠데타에 반대한 대가는 10년의 징역형이었다. 판결이 나온 2015년, 하산은 수단으로 도주했다. 이집트에서의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산은 가족과 생이별했다.
수단에서의 망명 생활은 오래갈 수 없었다. 수단 정부가 이집트에서 망명한 난민들을 강제 출국시켰다. 2017년, 하산은 수단을 떠나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비자 없이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장 3개월이었다. 석 달이 지나면, 그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옆 나라 인도네시아에 갔다. 그렇게 두 나라를 반복해 오갔다. 그러나 고국에 두고 온 가족과 함께 살려면, 정착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야 했다.
하산은 고국에 있던 아내와 아이들을 말레이시아로 불렀다. 재회한 가족은 함께 살 곳을 탐색했다. 가장 가깝고 민주적인 나라, 한국을 택했다. 군부 독재를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2018년 3월, 한국에 왔다.